요소수 없이 운행 가능하게 만드는 SCR 불법개조→화물차주들 '정관수술' 은어 표현
"수술비 200만원에도 대기차량만 500대" 경유차 불법개조 판쳐도 정부 단속에서 손 놔

국내 한 주유소에 걸린 요소수 품절 안내문.
국내 한 주유소에 걸린 요소수 품절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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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마스크 대란처럼 주면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이 순식간에 귀한 물건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마스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때가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 자체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최근 요소수가 그러하다.

리터당 1000원을 밑돌던 요소수 가격이 이제는 리터당 8000원 이상까지 치솟고 있다. 10배까지 오른 가격을 준다고 해도 물량이 동이 났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 인근 러시아 등에 구애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요소수를 수입하려면 최소 3개월~5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당장 전국 330만대 화물트럭 등이 멈출 경우 물류대란은 물론 그들의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 차주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불법행위를 일삼다 보니 은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한 단어가 정관수술이다.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한 화물차 주차장 모습.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한 화물차 주차장 모습.

다음은 한 화물차량 기사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솔직히 정관수술 하고싶네요. 6은 되나요. . 답답하네요."

"정비공장 한바퀴 쭈욱 도는데 거의 다 정관수술 중이네요."

"500대 대기 중이란 소문."

"수술비 200이네요. 예후가 나쁘면 문제인데요."

"정관수술 부품이 없답니다. 이 지경까지 되니 저도 하고 싶네요."

이들이 언급한 '정관수술'은 요소수 없이도 화물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 개조를 일컫는 은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1월 3일 오후 경기도 의왕컨테이너 물류기지인근에 화물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1월 3일 오후 경기도 의왕컨테이너 물류기지인근에 화물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중국발() 요소수 품귀현상이 계속되면서 디젤(경유)차 불법개조가 판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관련 부처는 적극적인 단속을 펼치기도 쉽지 않다.

6일 정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60%200만대 가량이 '선택적 촉매장치(SCR)'가 장착돼 요소수가 필요하다. 요소수는 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SCR 부착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고, 운행 중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가다가 서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자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게 SCR를 불법개조하려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당장 생계 문제가 걸린 화물차 기사 사이에서는 불법개조 정보가 암암리에 돌고 있다.

디젤 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1월 5일 오후 서울의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주유소에서 버스에 요소수 광고가 붙어 있다.
디젤 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1월 5일 오후 서울의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주유소에서 버스에 요소수 광고가 붙어 있다.

하지만 SCR 개조는 엄연한 불법이며, SCR이 정상 작동되지 않을 경우 질소산화물이 최대 10배까지 배출돼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한 화물차 기사는 "요소수를 사러 서울에서 대전까지 다녀왔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면서 "이렇게까지 해서 차를 굴려야하나 싶지만 생계가 걸려있다 보니 막막하기만 한다. 언제쯤 확실한 대책이 나올지도 심히 걱정스럽다. 정부를 믿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는 "정부가 별 대책이 없다보니 단속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불법개조 유혹이 더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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